Tiny Hand With Heart
[20240918] 사찬 _ SCENE-0의 유랑자
2024. 9. 15.

Call Of

SCENE-0의 유랑자

W. 갯강구

 

 


KPC 이용준

 

PC 유진아
 
KP 비디
 
 
 



 
 
 
 
 

원문 시나리오 링크 : https://posty.pe/7xvog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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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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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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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3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뺨을 간질이는 무언가가 당신의 잠을 깨운 듯합니다.
 
노을
 
언제 잠이 들었던 것일까요.
 
몸을 일으켜서 앉으면, 당신 바로 옆에서,
 
용준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가 묻습니다.
 
이용준:일어났나요?
 
유진아:네, 일어났어요. (..) 제가 언제부터 잠들어 있었죠?
 
이용준:너른 대지를 눈 앞에 두고 사사로운 이치에 관심을 둘 건가요? (모래와 함께 흩날리는 갈대를 쓸어내리며,) 다른 감상평도 들어보죠.
 
유진아:..아름답네요. 이렇게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도쿄는 언제나 건물과 사람들로 가득해서 마음을 내려둘 곳조차 없으니. 하지만 평화롭진 않군요. 제가 왜 당신과 이런 곳에 있는 거죠? 아직 꿈이라도 꾸는 건가요?
 
이용준:그래요. 굿-또 파트너끼리 감상평이 일치하니 딱, 정리된 느낌이 좋잖아요. 도쿄의 일직선으로 그어진 건물 더미도 못 볼 것은 아니지만... 영감은 이런 장소에서 시작되잖아요? 꿈이라, 당신이 잠든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꿈에 금방 빠지나봐요.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난다.) 걷죠. 태양을 이정표 삼아서요.
 
유진아:(정말 잠에서 깨지 못한건가? 무슨 이유로 당신과 함께 하고 있었는지 떠오르지 않는걸 보니 그런가보다. 어차피 답해줄 것 같지도 않으니 일단은 이 시간에 머무르기로 했다. 낯선 불청객도 함께지만.) 가끔요. 누구에게나 현실을 잊을 수 잊는 순간이 필요하잖아요. 당신은 꿈을 꾸지 않나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말했다.) 시계 가지고 있어요?
 
이용준:꿈을 꾸지 않는다라... (너보다 반 박자 느린 걸음으로 갈대밭 사이를 걸어간다. 갈대가 옷매무새를 잡고 늘어지는 감각이 좋아 느슨하게 웃었다.) 우리 현실 세계가 꿈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늘 환상 아래에서 최고를 연기하는 당신이? 저는 늘 깨어있으며, 늘 잠들어있죠. (원한다면, 손 잡아 드리죠. 하고.) 있었지만 잃어버렸네요. 도쿄 삼거리의 대장 꼬마에게 빼앗겼죠.
 
유진아:날 보는 사람들은 꿈이라 느끼겠죠. 하지만 그 위에 서있는 난 확실히 느끼는걸요. 조명의 눈부심, 관객들의 숨소리, 벅차오르는 심장. 그건 고작 꿈따위로 흉내낼 수 없는 내가 얻어낸 값진 것들이에요. 잠에서 깨어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나의 소유죠. (당신이?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럴 분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착각이었나 봐요, 바보. 꽤 값이 나가는 시계였을 텐데 아쉽겠어요. (에스코트를 거절하진 않는다며 손을 내밀었다.) 확인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빌리려 했어요.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허무맹랑한 미신이겠지만.
 
이용준:영원-한 소유. 아름다운 여성에게는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당신이 스스로 '것'을 주장할 때마다 웃음이 나요. 비웃는 게 아니니 안심하세요. 생동감, 살아있다는 무궁한 열정과 영광으로 나아가는 뒷모습은 아름다우니까요. (모든 갈대의 흐름을 바꿔내듯 보폭 넓게 걷는 걸음은 느렸다. 일렁이는 해를 받아 적색 눈동자가 사이렌처럼 형형하게 반짝인다.) 아쉽지는 않아요. 떨어져 나갔으니 이제 제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며 울어야 했던가요. 당신의 위로를 받기 위해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가벼이 손을 잡았다.) 미신. 어떠한 종류의?
 
유진아:웃을 만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 넘어가 드릴게요. 종종 당신을 이해하기가 퍽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잡은 손을 보며 만족스레 미소 짓고는 다른 손을 뻗어 갈대 끝을 쓸어보았다. 간질거리는 느낌에 가벼이 웃음을 흘렸다.) 울었어도 어린 아이에게 물건을 빼앗기기나 하는 칠칠맞은 어른이라며 핀잔만 들었을 테니 다행이죠. 하지만 떨어져 나갔다고 당신의 것이 아니라니, 그건 이상하네요. 그런 논리면 당신은 당신의 모든 걸 언제나 품에 지니고 다녀야 할 거예요. 무겁지 않겠어요? (바보 같다 할까, 흥미롭다 할까. 작은 궁금증을 품고 입을 열었다.) ..꿈 속에서 꿈인 걸 확인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계를 두 번 확인하면 된다고 들었어요. 꿈 속의 시간은 현실과 달라 확인한 두 번의 시간이 전혀 다를 거래요. 실제로 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은.. 현실과 다르게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기분이에요. 당신은?
 
이용준:여배우의 칭찬을 듣기가 참으로 고달프군요. 파토-나끼리 섭섭하지 않나요. (일말 미련없는 목소리로 웃으며 빈말을 이었다. 다음번에는 구두를 잃어버린 채로 거리를 활보하겠다며,) 로직이 독특하군요. ...어째서 전부 끌어안고 다녀야 하죠? 놓아지면, 사라지면, 그것으로 한 페이지를 장식한 요소이니 끝난 거예요. 예고도 없이 인물이 재등장하는 극은 삐그덕거리죠. 찬미할 만한 엔딩. 그것만 끌어안고 가면 충분하죠. (지금 이 갈대 사이에 앉아있지도 못하는 모래들처럼, 호선을 그리는 눈동자가 너를 주시한다.) 흥미롭네요. 하지만 시계가 12바퀴를 돌아 완전히 같은, 하지만 다른 곳에 멈출 수도 있어요.
...시간은 늘 동일하게 흘러가죠. 그 시간을 현실과 꿈으로 구분하는 건 우리의 몫이고요.
 
저 멀리서 양 떼가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 주변에서 누군가가 양을 치는 걸까요. 그게 당신에게 무어 중요한 말이겠냐마는.
 
노을은 아직도 지지 않았습니다.
 
유진아: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마치 세상의 종말처럼 느껴지는 광경입니다.
 
그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땅이 급격하게 흔들립니다.
 
그럼에도 용준은 담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의미 모를 말만 중얼거리다, 그는 당신의 눈을 덮어버립니다.
 
이용준:아름다운 풍경이네요. 피-날레를 장식해보겠어요?
 
유진아:(당신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현실과 동 떨어지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이건 궤도를 달리 한다. 하지만 놀라움보단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 하는 담담함이 앞선다.)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독차지 하려는 건가요? (...) 제 전문이죠. 얼마나 화려하게 장식하길 원하시는지 후원자님의 의견을 들어볼까요.
 
이용준:(하하.) 풍경에 잠식되어 그럴듯한 종말을 늘어두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거든요. 세상의 끝이 도래했다, 뉴-왈드의 창조가 다가왔다. 진부한 대사지 않나요. 그러니 당신의 눈을 가렸어요. (색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면서. 스산한 웃음 소리가 귀에 내려앉는다.) 보지 않고 말해봐요. 지금의 감상평은?
 
유진아:(종말을 맞이하는 세상을 눈 앞에 두고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끽해봐야 그 속에서도 낭만을 읆는 작가나 유언으로 시를 남기겠지. 난 작가가 아니라 배우이건만, 사람 잘못 찾았다. 짧게 숨을 내쉰다.) 어떤 세상이든 난 당신이 허락해야만 볼 수 있는데 의미가 있나요? 앞이 보이지 않으니 당신이 눈 앞에 종말이 있다 하면 그리 믿을 것이고, 꽃밭이 펼쳐졌다 해도 그리 믿겠죠. (...) 어둡고 따뜻하네요. 내가 눈을 감든 감지 않든 변함없어서 무력하기도 하고요. 언젠가 그 손 틈 사이로 들 빛을 기대하면서도 이대로 머물러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을 놓아버려요. 그 어중간함에서 살아숨쉬고 있어요. 이거면 만족하나요?
 
...
 
저 멀리서 양 떼의 울음 대신에, 짐승의 비명이 들립니다.
 
암전이 옵니다.
 
정신이 추락합니다.
 
 
KPC ???
 
PC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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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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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1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그리고 탁 트인 일직선의 도로입니다.
 
도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들은 대교에서 인도와 차도를 가르는 펜스.
 
옆의 풍경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은... 여기는 차 안인가요?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면 용준이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나직하게 묻습니다.
 
이용준:...일어났나요?
 
유진아:..(이게 무슨 상황이지? 마술이라도 부린 건가? 기절시켜서 날 옮겼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물음에 답하지 않고 잠든 척했다.) .....
 
이용준:괴리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침묵을 선택했군요. 열도를 주름잡은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데... 눈 감아드리죠. 뒤늦게 일어나 머쓱한 웃음을 지으셔도요.
 
당신은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있습니다.
 
차는... 모르는 차네요.
 
적어도 그나 당신의 차는 아닙니다. 용준은 능숙하게 운전하고 있습니다.
 
유진아:..저답게 행동하려면 어떻게 했어야 하나요? 어차피 제가 이 상황에 대해 물어도 알려주지 않을 거면서. 푸른 하늘이나 만끽하라 하겠죠. 아무리 꿈이라 해도 이런 이상한 일들은 연극 속에서만 일어나는 게 옳아요. (살며시 눈을 뜨고 차 안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차 내부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차량용 방향제를 꽂은 것인지 묘하게 라벤더 향이 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요.
 
차량의 계기판은 시속 70km 정도에서 바늘이 왔다 갔다 합니다. 연료는 가득 채워져 있네요.
 
자동차 라디오에선 이름 모를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가사도 모르겠고, 들어본 적도 없어요.
 
라디오의 주파수를 돌려봐도... 다른 음악은 나오지 않습니다.
 
채널은 한 곳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유진아:....이런 취향인 줄은 몰랐네요. 목적지는 정해져 있나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익숙한 풍경은 아닌 것 같은데.)
 
자동차 앞 유리로 보이는 풍경은 맑기만 합니다.
 
도로는 표지판 하나 세워진 것 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유진아: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용준:사람들은 이 작고 얄팍한 공간에서 어떻게 몇 시간을 버티는 걸까요. 신기하지 않아요? 이또한 목적성의 결과인지... (핸들에서 일순 손을 놓았지만, 차는 흔들리지 않았다. 쿡쿡, 소리를 낸다.) 당신도 차를 운전할 줄 아시나요?
 
유진아:글쎄요, 어떤 사람들은 목적지 없이 운전을 한다고 들었어요. 이런 작고 얄팍한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거겠죠. 또는 그 공간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이를 사랑하거나. (당신은 그 어느 쪽도 아닌 것 같지만.) ..운전할 줄 모르지만 그걸 놓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겠네요. 멋대로 납치해왔으면 마땅히 책임은 져주셔야죠.
 
이용준:이런, 속박을 사랑하지 않는 저로서는 특이하게 느껴지는 취향이네요. 저라면 작은 후-네에 몸을 싣고 태평양을 크게 횡단하겠어요. 열도의 새로운 유흥거리를 줄 조선인 사내가 되는 거죠. (대서특필, 고기잡이배로 바다를 가로질러 살아 돌아온. 말장난했다.) 재미있는 발상이에요. 제가 데려왔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어째서?
 
유진아:운전도 못하고 한 곳에 발을 묶여 이동할 수 없는 상태 정도는 되어야 속박이죠. 이건 자유에 가까워요. 당신을 만족시킬 규모가 아니라 그리 느끼시는 거지. (물론 이 자유 또한 운전하는 사람에 한해서다. 원치 않는데 억지로 몸을 실은 이에겐 당신 말대로 속박이 맞다.) 멋진 계획이네요.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그것대로 엄청난 특종이 될 테니. 떠나는 날을 알려주면 당신을 그리워 하는 대신 배웅은 해줄게요. (어찌 한 번을 바로 답해주는 때가 없다. 그는 진실을 모른 채 이리저리 추리하는 날 유흥거리로 보는 게 틀림없다.) 내가 먼저 스스로 여기 타겠다 했을 리가 없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내 꿈도 아닌 것 같네요. 이런 이상한 꿈은 생전 꿔본 적 없고 당신이 나올 일은 더더욱 없거든요. 당신의 꿈에 내가 나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도쿄 최고의 여배우를 멋대로 무대에 올려놓은 출연료는 꽤 비싸게 받아야겠어요.
 
이용준:실질적인 자유는 정신력이 어디로 비약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고철은 제게 속박이죠. 도로에 시선이 묶여, 운전대를 신경 써야 하고, 옆 라인을 활주하는 이들의 방향성을 고려해야 하잖아요? 타인으로 들어찬 생각은 별로라서요. (자유에 가깝다, 고작 가까운 자유로 만족할 수야 없지 않냐며 또다시 핸들을 놓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다섯 마디 지나고 나서야 다시 잡는다.) 아-, 기억해요. 떠나보내야하는 누이의 심정. 그 노오란- 빛의 손수건. 아름다운 극이었죠. 손수건의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요. (어깨를 으쓱인다.) 제게는 다른 색의 손수건으로 부탁할게요. 저의 꿈? 늘 깨어있는데도요. 발상에 박수를. ...돈으로 받아 가실 생각은 있고요? 어찌 제가 드리는 재력가의 호칭은 기뻐하지 않으시는 듯하여.
 
옆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언제 보든 같습니다.
 
계속 똑같은 풍경만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유진아:그럴 수 있겠네요. 이 자리에 내가 있지 않았다면 당신이 자유를 찾아도 불만없이 받아줬을 텐데 안타깝게 여겨요. (당신의 자유를 위해 내 목숨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핸들에서 손이 떨어질 때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봤던 꽃의 색이었으니까요. 그리움의 상징으론 그게 딱이었어요. (가만히 널 바라봤다. 운전하는 옆모습으로 종종 햇빛에 비쳐 붉은 눈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붉은색 손수건은 마음에 들 것 같아요? 원래 꿈꾸는 자들은 사실을 자각하지 못해요. 하지만 난 이게 꿈이라는 걸 알았잖아요. 그러니 나의 꿈의 아니에요. 나중에 눈을 뜨고 나면 지금 당신이 얼마나 바보같이 잠들었는지 깨닫게 될 거예요. (...) 돈으로 받는건 재미없잖아요. 무대 위에 설 수 있다면 그 이상은 필요치 않아서. 뭘로 받아내면 좋을지 당신이 잠에서 깨기 전까지 고민해보죠.
 
이용준:배우. 즉, 시나-리어의 주인공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저도 없었겠죠. 그럼, 당연히요. 우리가 항상 함께하는 걸 보면 뻔하지 않나요. 제가 자유를 찾아가버리면 동시에 당신은 자유에 속박되는 경험을 하실 거예요. 원하시나요? 핸들은 생각보다 쉽게 돌아가거든요. (피아노를 연주하듯 손가락으로 하나씩 위로 올렸다가 내리는 동작이 장난처럼 이어진다. 여린 심장 소리를 반주 삼는 것처럼.) 붉은색에는 우리의 추억이 있나요? 다홍으로 물든 꽃을 본 기억은 없잖아요. (참아낸 숨을 터트리는 듯 웃어내었다.) 좋네요. 바보처럼 잠들었다면 화가를 불러 순간을 기록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친히 벽에 걸어 전시해 드리죠. (...) 어떤 것이라도 드릴 수 있어요. 저는 대배우가 바라는 관객이며, 전부를 탐미하니까요. 부디 느긋하게...-
참. 붉은 손수건의 추억. 아쉬우니 하나 만들어드릴까해요.
 
돌연, 용준이 얌전히 붙들고 있던 핸들을 확 꺾습니다.
 
차는 오른쪽으로 꺾여 펜스를 들이받습니다.
 
들이받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을 부수고, 대교의 안전 펜스를 넘어, 추락합니다.
 
몸이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온몸의 장기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자동차째로 허공을 비행하는 그의 표정은, 너무나 평온해서...
 
익사
 
첨벙,
 
차체는 대교 아래의 강물 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어 가고, 내부는 일순 푸른 어둠에 잠깁니다.
 
그리고 그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말갛게 웃으며, 천진하게 답합니다.
 
실없는 소리입니다.
 
이용준:...아. 수정할까요? 이건 푸른 손수건의 추억이네요.
 
유진아:(욕이라도 한마디 시원하게 내뱉고 싶었지만 순간의 두려움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속으로 할 말을 삭히며 널 매섭게 노려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얼른 깨어나는 게 좋을 거예요.
 
이용준:간결한 감상평이네요. 엔딩 문구로는 어울리지 않기에... 창의적인 사고, 창조적인 삶.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다음을 기대해볼까요?
 
 
K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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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2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고개를 듭니다.
 
하나는 당신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의 것이겠지요.
 
케이크
 
그러니까... 네, 이용준입니다.
 
그는 당신 맞은 편에 앉아, 홍차에 각설탕을 넣고 티스푼으로 휘저었습니다.
 
이용준:일찍 일어났네요?
 
유진아:(..일찍 일어났네요? 뭐? 사람을 죽여놓고서 하는 말이 사과도 아니고 여유로운 인사라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심신을 가다듬는 일은 익숙했으니,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네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침착하게 네 물음에 답할 말을 고민하더니 오른손을 위로 들어올려 그대로 네 뺨을 힘껏 내리쳤다.) 미친 새끼. (그 어느 때보다도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어. 남 끌어들이지 말고.
 
이용준:(고개가 옆으로 확 꺾인다. 돌아간 목에는 식은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덤덤하게 실핏줄이 터진 볼을 내려다보자, 곧 그 피부 아래에 여상한 웃음이 걸렸다. 불의에 반항하는 강한 동작을 어디서 미리 경험했더라, 그래. 몇 달 전 대극장에서 일어난 폭탄 사고로 종막되었던 극. 격정적인 연기를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는 방식이 인간답지 못하다.) 당신은 절 규정한 패-러다임을 던질 필요가 있어요. 서로 같은 시대의 우리는 선과 악인가요? 묻죠. 저는 악인일까요?
 
유진아:(작은 신음 하나 흘리지 않는 널 두려운 눈으로 경계했다. 정말 사람이 맞긴 한가? 사람이라면 적어도 정상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세상에는 선도, 악도 없어요.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변명거리에 불과하지.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내게 있어서 명백한 악인이에요. 몇 번이고 날 죽이고 있잖아요. 그게 악의가 담기지 않았다면 뭐가 있죠? 당신은 남을 죽이고 그 순간을 관찰하며 희열을 느끼는 변태에 불과해요.
 
이용준:(각설탕이 전부 녹아든 찻잔을 들어 원형으로 굴린다. 액체가 돌아가며 작은 나선을 그리고, 정 가운데에 회오리가 생기는 현상을 한참 바라보았다.) 안타깝네요. 상실감에 통곡하고 싶지만, 위로해 줄 이도 없고요. ...명백한 악인. 지금의 제 이름은 비열한 대일본제국인 이토- 리키인가보죠. 믿어주지 않겠지만 그 '죽음'에 희열을 느끼진 않았어요. 맹세하죠.
악인이라 규정하니 한 가지 말씀드릴게 생기네요. 사실, 당신의 차에 독을 탔어요.
 
유진아:(끝까지 모든 걸 알려주지 않는 당신에 허탈하게 헛웃음 지으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좋아요, 별 다른 방법이 없으니 믿어볼게요.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반복해서 날 죽이는 거죠? 이렇게 해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이 있다고. (네 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몫의 찻잔을 앞으로 가져왔다.) 예상은 했어요. 이 꿈에서 깨지 않는 한 다시 죽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몇 번이나 죽어야 나를 놓아줄 거예요? (독이 든 찻물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홍차는 수색이 맑고 석류색을 띠고 있습니다.
 
어째선지 별다른 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조금 미지근한 것이, 따른 지 시간이 조금 지난 듯합니다.
 
유진아:(독을 실제로 접한 적이 있어야 알아보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차에 꺼림칙함을 느끼고 네 앞으로 잔을 밀어놓고는 케이크로 눈길을 돌렸다.)
 
케이크는 생크림 케이크입니다.
 
케이크를 포크로 찔러 보고서, 다시 살펴보려고 하면 초코케이크가 되어있습니다.
 
그 다음은 고구마 케이크, 치즈 케이크.
 
유진아: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본다면, 이 방에서 나가는 ‘문’이 없음을 알아챕니다.
 
마치 처음부터 문이 존재하지 않도록 설계된 방 같습니다.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라곤 창문뿐인데, 저게 열릴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유진아:(뭐 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 차도, 케이크도, 방도, 눈 앞의 남자도. 이젠 자신도 정상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죠? 내가 독이 든 차를 얌전히 마셔줄 거란 기대를 하고 있진 않을 테고.
 
이용준:아름다운 여배우가 원한다면 제 찻잔과 당신의 잔을 바꿔드릴 수야 있죠. (일렁이는 찻물에 숨을 불어넣어 잔잔하게 만든다. 빙글거리며 움직이던 것에 고요가 찾아온다.) 어찌할까요? 전 관객이라 대사 한 줄 없어서요. 이 드-림 속에서 절 한번 탐미해보라 말해도, 그대는 미안하지만 빠지고 싶은 남잔 제가 아니라 하겠죠. (농담이에요, 라며.)
 
유진아:너무 당연한 말이라 미안하지도 않네요. 내가 나와 당신의 목숨을 두고 저울질을 하길 바라나요? 비극적인 연인들의 사랑처럼 차를 머금고 키스라도 해줘요? (애꿎은 케이크만 포크로 헤집어 놓는다. 엉망이다.) 관객이자 이 각본을 쓴 장본인이겠죠. 원하는 결말을 얘기해요. 결국 쓰여진대로 흘러갈 게 뻔하잖아요.
 
이용준:순간의 기쁨이나 변화에 당신은 만족하지 않으니까요. 저도 그래요. 고작 몇 년의 흐름을 안 수준으로 멈출 수 없어요. 일등석의 관객은 하찮은 이름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관객석을 비워내기도 전에 막을 내린 공연은 끔찍하지,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탁한 눈동자를 굴렸다.) 꿈 공연의 각본가는 제가 아니에요. 그 자리를 탐내고 있긴 하죠. 그러니 차, 마셔볼래요? 그러면 당신이 다른 선택을 해줄지도 모르지.
 
용준은 잔을 내려놓고 당신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어째서 그렇게 쳐다보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참을, 말없이.
 
그리고 그런 오랜 침묵 속에서,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립니다.
 
이용준:제가 이 꿈에 당신을 부른 걸까요. 여인이 사내를 부른 걸까요.
 
유진아:(또 알 수 없는 소리. 배우는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을 파악하고 진심으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있다고 생각했지만 당신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쓰이기라도 한 대본 같다. 물결 하나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찻물을 내려다 봤다.) 차를 마시면 다음은 결말로 갈 수 있나요?
 
이용준:예정된 시간과 뒤틀린 결말을 마땅한 뷰-티로 이끄는 건 당신의 일이에요. 그저, 딱 하나를... (문장에 선을 긋고 도로 적으면 끝나는 것을, 말을 삼키며 웃었다. 자유를 제약당한 감각은 신선하지만 탐탁지 않다고 생각한다.) 건배 할까요? 예의없이.
 
유진아:(전부 내 책임으로 미루면서 정작 내 마음대로 되는건 하나도 없잖아. 모순된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독이 들었다는 잔을 들었다.) 건배사라도 읆어보세요. 독이 든 차도 기꺼이 마실 정도로 멋진 걸로.
 
이용준:진부한 극대사를 나열해 볼까요. 도쿄의 시내, 흔한 러브스토리 같은 거요. 당신의 솜씨보다는 못하겠지만, (잔을 들자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당신의 잔은 세상 제일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에게 어울리는 것이에요, 건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신은 테이블 위로 머리를 처박게 됩니다.
 
극렬한 통증이 당신의 폐부를 헤집습니다.
 
가슴께가 불타는 듯 저리고 따갑습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요, 곧 죽어버릴 것만 같은데...
 
그리고, 가볍게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맞은편에 앉은 용준은, 미동 없이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작은 중얼거림 끝에... 암전이 옵니다.
 
정신이 추락합니다.
 
 
K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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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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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4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당신이 누운 지면이 물소리와 함께 울렁입니다.
 
아니, 지면이 맞나요? 아닙니다. 여기는... 배 위군요.
 
그리고 당신의 옆에는 용준이 앉아있습니다. 하얀 돛을 펼치던 그는 당신을 돌아보며 말합니다.
 
이용준:같은 인사네요. 일어났나요?
 
배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돛과 키도 있는 것이, 배의 기능을 제대로 하긴 하나 보죠.
 
용준은 능숙한 듯 그것들을 조작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런 것을 할 줄 알았던가...
 
주변은 완전한 밤입니다.
 
밤
 
별들이 총총히 떠 있어 빛나는 별 사이사이를 손가락으로 그어볼 만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따라, 우리는 항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생활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크기입니다. 이 배는.
 
배의 모든 것들은 낡은 감이 없이 전부 새것입니다.
 
삭거나 닳은 곳 없이 완벽한 것이, 이질감이 듭니다.
 
유진아:(여전히 자리에 누운 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널 올려다봤다. 손이 허공을 휘적였다.) ..이번에는 바다에 빠져서 죽는 건가요? 제법 낭만적이네요.
 
이용준: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하시나요? 죽음에 무던해진 눈빛은 매력적이지 않네요. (네 손을 잡아 이름모를 별자리를 따라 그려준 뒤에 놓았다.) 배 안에서 죽는 게 당신의 비극적 운명이라면, 배 밖으로 나가면 되죠. (웃으며,)
 
유진아:꼭 내가 살길 바라는 것처럼 들리네요. 몇 번이나 날 죽인 건 당신이면서. 어떻게 죽음에 무던해질 수 있겠어요. 몇 번을 겪어도 매순간이 두렵고 아파요. 하지만 그래야만 나아갈 수 있으니 참을 뿐이에요. 다가올 내일을 맞이하려면 잠에서 깨어야 하잖아요. (몸을 일으키자 배가 흔들린다. 빠지지 않게 조심히 균형을 잡으며 네 옆에 앉았다.) 또, 또 이상한 말. 이러나 저러나 죽는건 변하지 않잖아요. 사인만 달라질 뿐이지. ..그리고 아무리 아름다운 밤하늘을 비춰도 밤의 바다는 무척 어두울 거예요. 혼자는 무서워서 싫네요. 같이 가주기라도 할 건가요?
 
이용준:억압의 시대에 태어난 우리 동포는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요. 인내를 배웠단 거죠. 거리로 나가 대한제국의 깃발을 흔들며 외쳤던 문장을 잊어버린 건가요? 물론, 저희는 직접 듣지 못했지만요. 그래야만 나아갈 수 있다고... 그래서는 나아가기만 하겠죠. (기껏 중심을 잡아 앉은 네 손을 잡아 일으킨다. 파도가 치는 배의 난간에 올라서서, 형형하게 빛나는 시선을 마주쳤다.) 여길 벗어나면 드넓은 하늘과 바다가 있을까요? 예상치 못한 결말은 아니네요. ...함께 가드리죠. 그러나, 우리의 진짜 세상은 심해 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에요.
 
...
 
파도
 
이런 모든 기이한 순간에도 용준은 고요히 웃습니다. 그리고 더 멀리를 가리킵니다.
 
이용준:저기 봐요. 높은 파도가 오고 있어요. 저 정도라면, 결코 심해는 유-토피아가 될 수 없죠.
 
유진아:(자칫하면 파도에 삼켜질까, 힘껏 널 붙들었다.) 당신은 무섭지도 않아요? 꿈인 걸 알아도 그 뿐이지, 깨어나지를 않는데. 저런 바다를 헤매는 꿈은 악몽이 될 거라고요.
 
이용준:이래도 꿈의 세상, 저래도 꿈의 세상. 무서울 건 없죠. (겉옷을 벗어 너의 어깨 위를 덮어주었다.) 그렇죠. 사방은 전부 바다뿐이고, 적어도 이 망망대해에서 도망칠 방법은 없겠네요. ...하고픈 질문이 있는데 할 수도 없고요.
 
유진아:꿈에서 깨지 못하면 그건 현실이나 다름 없어요. 언제까지 꿈을 꿀 생각이에요? 난 슬슬 벗어나고 싶은데. (언제까지 이 주인 모를 불행한 꿈을 반복해야 할까. 연극은 적당한 타이밍에 끝을 맺어야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하지 못하는 말이라니 더 궁금해지네요. 민감한 질문이라면 난 괜찮아요. 굿-또 파트너 사이에. (당신의 말투를 따라하며 웃었다.)
 
이용준: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이 공간의 비밀 속, 제게는 딱 한 번의 찬스가 남아있네요. 다음 찬스도 놓친다면 우리는 정녕 낭만의 우-미에서 익사하겠죠. (강한 물살이 밀쳐져, 바짓단이 축축하게 푹 젖어 든다. 그와 동시에 사내의 표정에도 환희가 밀려온다.) 아...- 아니에요. 자유가 왔군요. 역시 당신과 저는 굿-또 파토나에요. 엔도라인을 넘어가볼까요.
 
무엇이? 더 묻기도 전에, 그가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가만히 끌어안아 주고, 등을 쓸어주며...
 
속삭입니다.
 
...
 
...
 
언제부터 우리는 이런 꿈을 꾸기 시작했을까요.
 
언제부터 그는 당신과 함께 해주었을까요. 몇 번의 세계를 반복했을까요.
 
여느 꿈이 그러하듯 가늠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소용없을 고민이죠.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평화와 재난 속에서 빠져나가기를 택한 것은 당신입니다.
 
그러니, 눈꺼풀을 밀어 올려 보세요.
 
어떤 실수로 인하여 이곳에 들어왔든,
 
당신은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 안 돼요.
 
...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 익숙함과 동시에 생경하기 짝이 없습니다.
 
몸을 일으켜보면, 당신의 침대 맡에서 엎드려 잠이 든 누군가가 있습니다.
 
당신이 기척을 내면, 곧이어 그도 머리를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여상히도 웃으며, 묻습니다.
 
 
씬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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